맨 인 더 다크2

2021. 12. 12. 23:17카테고리 없음


맨인더다크 1편도 처음부터 끝까지 풀로 본건 아니고 중간중간 대충 봤던거긴 한데, 아무튼 1편에서는 장님이 너무 쎄서 악당 느낌이 있었다. 근데 2편에서는 침입자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고 리얼 갱단이라서 그런지 장님이 당하는걸 보면 몸도 불편하고 나이도 드신 분께 무슨 짓이냐고 내 안의 유교걸이 고개를 들었다.

어쨌든 1편에서 묘하게 느껴지던 부정적인 의미로 한국영화스러운 부분이 2편에선 별로 안느껴진다는 점은 좋았다.

피닉스의 야무진 액션(?)들이 좋다. 언젠가의 공격에 대비해 자신들만의 대피법을 구축해놓은 사람들이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들은 언제나 재밌다. 

침입자의 정체가 피닉스의 부모였고, 그들이 피닉스를 구한건 딸이라서가 아니라 장기이식을 위해서였다는 두번의 반전이 나온다. 그리고 엔딩에서 아이는 테라와 피닉스 중에 피닉스라는 이름을 택하면서 친부모가 아닌 장님을 선택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때 장님이 피닉스를 데려가며 부모랑 생이별시키기 않았더라면, 피닉스를 손수 키운 부모는 딸애 심장을 꺼내서 쓰겠다는 발상 자체를 안하게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게 2편만 독립된 얘기였다면 갈 곳 없어진 거리의 아이를 거둬준 의붓아버지의 훈훈한 서사로 읽을수도 있겠으나, 1편에서부터 제 딸을 잃었다고 애먼 여자들을 강간해서 또다른 딸을 낳게 하겠다는 별 또라이같은 전적이 있었다보니 생판남인 여자애를 주워다가 키울 정도로 장님의 "딸"에 대한 집착이 너무 크리피한거다. 피닉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피닉스로 선택해버린 엔딩도 이래저래 너무 장님에게 좋을대로 돌아간거 아닌가 싶고. 

근데 장님이 자신의 과오를 언급하면서 강간도 했다고 딱잘라서 명명한건 좀 의외였다. 한국영화였으면 엄밀히 말해 자기 좆 쓴건 아니니까 강간은 아니라고 우겼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