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끝낼까 해

2021. 11. 12. 22:05영화

원래 이렇게 난해하고 다 보고나면 해석 찾아보게 되는 스타일 안좋아하는데도 이 영화는 작품 내내 유지되는 불편한 기괴함을 너무 잘만들어서 괜찮게 봤다.

언뜻보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느샌가 바뀌어있는 여주의 배경설정과 이름, 등장인물들의 바뀌는 의상과 나잇대, 평범한듯 괴기스러운 태도의 남주의 부모님들, 갑자기 시간을 건너뛴듯한 연출 등... 후반부에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춤으로 표현한 연출도 좋았다.

영화가 던져주는 단서들을 열심히 붙잡고 해석을 할 수 있을듯 말듯하면서 보다가 결국 엔딩에서 뭔소리야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이 모든건 현재 노인이 된 남주가 수십년전 보았던 여자를 젊은시절 자신의 여친으로 망상하고있는 세계라는 해석이 제일 납득이 갔다. 사실 이 영화의 여주는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며 모든게 남주의 머릿속 일이라는걸 인정하고싶지 않아서 계속 여주 위주로 해석하려고 하면서 영화를 본 탓에 엔딩에서 이해가 안됐던것 같다. 

뭐 그 분의 해석에 다 공감했던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 분은 여주가 전화를 받을때마다 안경을 쓰던 이유가 눈이 진실의 창이고 안경이 현실과 공상의 필터링이 어쩌고..라며 해석했던데 나는 그냥 공상 속 여자는 20대지만 이 공상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이미 노인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공상 속에서마저 자기 나잇대의 행동을 투영해버린 것이라고 해석됐다.  
그래서 아직 젊은 여주가 나잇대에 맞지않는 올드한 패션을 하고 마치 노안이 온 어르신들같은 몸짓으로 안경을 쓰고는, 폰 벨소리라기보다는 유선전화기의 벨소리같은 소리를 내는 폰을 들여다본게 아니었을까.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부모님의 젊은 시절부터 노쇠하여 죽기 직전 모습까지 뒤죽박죽 등장하던 것도 인상깊다. 마치 시간이 자신을 뚫고 지나간듯한 기분이었다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좋으면서도 슬픈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글로 옮겨야할지 모르겠다. 
"인간은 자신을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그 반대라고 본다. 우린 제자리에 있고 시간이 우릴 지나가는 거다."

그나저나 어느 순간부터 제스 플레몬스는 음침한 인셀남의 이데아가 된 것 같다. 조커가 관종인셀남의 아이콘이라면 제스 플레몬스는 현실에선 개찐따같이 살면서 자기만의 기분나쁜 공상세계에 집착할것 같은 인물상이랑 무시무시하게 잘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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