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6. 23:48ㆍ드라마
다 보고나서 느낀 소감은 진짜 정교하게 제작된, 완성도 높은 시리즈였다는거다. 보통 이런 시트콤은 극단적인 성격적 결함이나 특질도 장르적 허용으로 커버돼서 캐릭터의 매력쯤으로 소비되는데 크엑걸에서는 레베카를 비롯한 주변캐들의 단점들이 극이 진행되면서 성장하고 고쳐져나간다.
레베카가 왜 이런 광인으로 성장한건지 성장환경과 가족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도 되짚는데, 레베카가 자신의 병을 직시하고 치료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지않고 자꾸 1보 전진 2보 후퇴를 반복하는게 너무 현실적이었다.
보통의 드라마는 레베카가 프레첼가게를 여는데에서 끝내버릴텐데 크엑걸은 레베카가 진정한 행복을 찾을때까지 계속 다른 도전들을 하게끔 한다.
레베카의 심리도 해부하는 수준으로 낱낱이 파헤치는데, 레베카가 프레첼가게를 연 뒤 각자 어른의 삶으로 나아가는 친구들을 보고 인생이라는 경쟁에서 진 기분이라고 친구들을 냉동시켰다가 자기도 잘나가게 됐을때 해동하고싶다고 한 장면에서는 진짜 감탄했다. 모두가 어느정도 갖고있는 감정이겠지만 들키고싶지 않은 그런 부분까지 가감없이 드러낸다.
특히 극후반부에 레이첼이 여태껏 불렀던 노래들을 다시 부르며 과거에 입었던 옷들이 마네킹으로 등장하는데 진짜 시즌4까지 켜켜이 쌓아온 서사가 얼마나 견고했는지, 그리고 그걸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고야 마는지 이 천재적인 연출에 감탄했다...
소제목도 조쉬조쉬조쉬그렉조쉬조쉬나다니엘나다니엘나다니엘 일색이다가 시즌4가 되어서야 제목에 남자 이름이 들어가지 않게 된것도 감동적이었고 그래서 엔딩에서 레베카가 어느 남자도 선택하지 않은게 정말 명작 엔딩이었다.
불호였던 부분은 데릴의 대리모 서사였다. 임신출산의 고통을 대신하는 헤더는 물론이고 난자 기부만 하는 레베카 역시 시간마다 호르몬주사를 맞고 인위적으로 날뛰는 호르몬때문에 PMSx100배 된것처럼 미쳐날뛰어야 했는데, 정작 애를 가지려는 주체인 데릴은 자신의 슈퍼정자를 자랑하기 바쁜 상태로 야한 잡지 보고 딸 치면 애를 갖기 위한 준비가 끝난다는게 너무 짜증났다.
뭐 그게 생물학적 사실이긴한데...
이거 보고 궁금해서 난자 채취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정자 채취(라고도 할수 없지않나? 딸치면 땡이잖아)와 비교도 할수없는 수준의 비용과 난이도와 고통은 물론이고, 난자 채취과정에서 영구적 불임이 될 확률도 있다고 하더라. 어떻게 인공수정에서까지 남자에 비해 여자는 이토록 많은 리스크와 고통을 감당해야하는건지 착잡해졌다.
어쨌든 그 것 외에는 페미니즘적으로도 정말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었고 자신의 망상으로만 치부했던 내면의 뮤지컬들을 진짜 노래로 만들어보는걸로 레베카의 엔딩이 끝나고 리얼라이프에서 크엑걸 콘서트를 하는 에피로 마무리되는것도 진짜 천재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