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1. 22:29ㆍ드라마
극 내 재판의 쟁점은 "안나가 크레이그에 대한 폭행/살인미수를 온라인으로 사주했는가 아닌가"인데 법알못이라서 그런건지 너무 이해가 안갔다. 안나가 문제가 아니라 크레이그를 실제로 폭행한 놈을 먼저 잡아야하는거 아닌가?
실제로 폭행범은 안나가 신상털이글을 통해서 계획적이고 직접적으로 범죄사주한게 아니라 지가 안나 집착남이라서 지맘대로 팬거더만... 안나의 죄라면 온라인 신상털이까지가 아닌가 싶어서 폭행사주까지 유죄받는게 이해가 안갔다. 심지어 실제 폭행범은 잡지도 않은 상태였음.
안나가 피해자일땐 지원 개뿔도 안해주더니 피고인이 되니까 심리치료 지원을 해주는거냐며 여러가지 억울함을 토로하던것도 너무 공감갔다. 안나한테 살인피해자의 어머니로서의 자격은 "슬퍼할 자격"뿐이라고 하는데 진짜 너무 끔찍하고 갑갑해서 머리가 띵해졌다. 브로드처치 볼때도 열빡쳐뒤지는줄 알았고 현실의 사건들을 볼때도 생각하는데 사법체계라는건 전혀 피해자의 편이 아닌것 같다.
아무튼 안나와 형사 글로버는 크레이그가 진범인지 여부에 관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편향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데, 안나야 살인피해자 유가족이니까 돌아버린건 그렇다쳐도 글로버는 형사면서 저렇게 편향적이어도 되는거냐.
크레이그 가족을 끊임없이 불링하고 폭행하던 주변 사람들은 리엄의 죽음에 대한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 하나 괴롭힐만한 구실 생겨서 좋다고 자신들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그렇다치고 죄없는 아내와 딸은 왜 협박하는지?
크레이그 가족이 괴롭힘 당할 때까지만 해도 크레이그가 진범이 아닌듯이 연출하기 때문에 동정심이 가는데, 크레이그가 진범이란게 밝혀진 뒤로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그래도 그는 법이 정한 죄값을 다 치뤘으니까 제 3자들에게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건 부당하다고 여겨야하나? 만약 안나가 크레이그네 집으로 돌을 던졌다면 그건 부당하지 않다고 여겨야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엔딩씬에서 안나는 이미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타인이 고통받았다는걸 인정하고 진심으로 죄책감을 갖고 사과를 해본 뒤였기 때문에 크레이그를 보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크레이그가 진범이라면 안나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전혀 미안해하지 않을거라고 했으니, 크레이그가 진범이란걸 알고난 뒤엔 안나가 그에게 느꼈던 죄책감이나 진심어린 사과는 전부 무의미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진실을 알게 된 안나는 크레이그를 보호하는데, 그건 자신이 "무고한" 크레이그의 삶을 파멸한 것을 뉘우치는게 아니라 상대가 진범이든 아니든 자신이 했던 행동 그 자체를 뉘우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싸는 장면을 좋아하진 않지만 납득하면서 볼만한 드라마였다. 영드는 편 수가 짧아서 금방 보기도 좋고.
그나저나 설정상으로 크레이그 나이는 20대 후반~30쯤이어야 하는데 극중 42세로 나오는 안나보다 더 나이 들어보여서 좀 몰입이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