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5. 23:01ㆍ드라마
왓치맨 원작은 물론이고 잭 스나이더판 영화도 안봐가지고 왓치맨에 대해 아는거라고는 블루뽕따맨밖에 없는 상태로 봤더니 이 기기묘묘한 세계관에 물음표만 오천개 띄우면서 봤는데도 너무 재밌고 잘만들었다. 진짜 수작이다.
백년전 털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흑인 학살사건을 바탕으로 시작하는데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승전하는 등 현실이랑 다른 분기점을 갖게 되며 현재는 국기조차 현실의 성조기와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마치 현실의 평행우주같은 세계관이었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엄청 잘 짚어냈는데 특히 6화에서 안젤라가 노스텔지어로 할아버지의 기억을 투입하는 에피는 정말 미쳤다. 청년이 된 윌 리브스의 일상에 어렸을적 트라우마의 편린들이 널려있는 연출도, 윌 리브스와 안젤라를 넘나들며 마치 그 둘이 동일인인듯한 연출도 굉장했다.
그리고 히어로물을 보며 왜 히어로가 복면을 쓰고 자기 정체를 감춘채 싸워야 하는지 이토록 납득당한적이 없다. 같은 행동을 해도 백인이냐 흑인이냐에 따라서 아예 결과가 달라지기에 자신의 인종을 숨겨야했던 후디드 저스티스. 처음 등장했을때 대체 저 밧줄 매고있는 요상한 캐디는 뭔가 했는데 어떻게 윌 리브스가 후디드 저스티스로 거듭나게 되는지 본 뒤의 깨달음은 정말 짜릿했다.
드라마 전체적으로 처음엔 대체 뭔소린데?싶었던 부분들이 극의 끝으로 가면서 전부 설명되고 연결되는 방식인게 재밌다. 안젤라와 닥터 맨하탄의 첫만남도 그러했다. 도대체 어떻게 안젤라가 닥터 맨하탄을 사랑하게 된단 말인가 싶은데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게 납득이 간다.
레이디 트리유도 엄청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정말 신과 같은 전능함을 가진 존재가 있는데 이 개판난 지구를 방치하고 있다면 나같아도 그 힘 뺏어다가 내가 제대로 써보겠다 싶을것 같다. 레이디 트리유도 싸이코라서 그가 닥터 맨하탄의 전능함을 받았다고해서 세상이 더 나아졌을까 싶기는 한데 뭐 동양인여성의 인권은 쪼금 올라가지 않았으려나?
전능함을 탐내던 또다른 캐릭터 조 킨 상원의원도 아주 골때렸는데 지가 생각해도 백인우월주의자라고 자칭하는게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아니까 자신의 행동들을 무게추를 맞추는 거라느니 온갖 허황된 말들로 포장하기 바쁘다가 결국 단도직입적으로 제 욕망을 드러내버리고 마는데 대사가 아주 화룡점정이다. "이젠 백인남자가 살기 힘든 시대야."
그런데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강자들이 조 킨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진짜 너무 단도직입적이며 단순명료한 대사라서 더 머리를 얻어맞는것 같았다.
아무튼 자기 남편이 신이나 다름없는데도 남편 지키겠다고 총 들고 뛰어드는 안젤라는 너무 멋있었고 오락적인 면에서도 정말 재밌는 작품이었다. 시즌2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