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3. 22:44ㆍ영화
전혀 기대를 안하고 가서 그런지 꽤 재밌게 봤다. 버스액션씬이랑 비계 위 액션씬이 너무 좋았다. 새삼 마블은 액션씬 정말 잘찍는다. 단점은 러닝타임이 정말 길다는건데 아무래도 넣고싶은 내용이 정말 많았던것 같으니 어쩔수 없지. MCU에 샹치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 때문인지 정작 주인공인 샹치의 개성이나 아우라가 너무 약한 점이 아쉬웠는데 뭐 어차피 2편도 있을테니까...
진짜 뻘한데 엔딩에 "텐 링즈는 돌아온다" 문구가 뜨는데 이 문구가 뜨지 않았던 블위가 생각나서 정말 씁쓸해졌다...
그리고 영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중국어 나올때 영자막 위에 한자막이 떠서 화면을 너무 가리는게 짜증났다. 영자막 없이 한자막만 해주면 안되나?
어쨌든 생각보다 여캐들이 너무 좋았다. 케이트가 너무 귀여웠고 운전 잘한다는 설정도 멋졌다. 아콰피나는 어쩜 이렇게 매력이 넘치고 목소리도 맘에 들지.
그리고 쑤 샤링 안사랑하는 법 없잖아ㅠㅠ 여자는 훈련도 안시켜주는 가부장제 아버지의 제국을 떠나 제 손으로 제국을 세우는 야망가 여캐가 어머니의 고향에서 여자도 동등하게 싸우게 해주는 사회를 맛보고 갱스터 뮤비 보스마냥 간지나게 앉아서 아버지의 조직을 여자애들도 동등하게 싸울수 있는 판으로 바꿔놓았는데 어떻게 안사랑함....
근데 MCU 둘째들은 왜 하나같이 첫째에게 버림받은 이슈가 있는거지. 사실 블위 봤을때도 나타샤랑 엘레나 관계성에서 기시감을 느끼다가 가모라랑 네뷸라 관계성과 너무 유사하단걸 뒤늦게 깨달았었는데 샹치와 샤링의 관계성에서도 비슷한 재질이 느껴졌다.
아무튼 주인공이 샹치 말고 샤링이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단 의견들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뭐 이미 주인공이 샹치인 이상 기대했던것보다는 여동생을 더 많이, 잘 다뤄줘서 만족스러웠다. 맨날 남주에게만 오만 중요한거 다 몰아주고 여동생은 깍두기마냥 한구석에 처박아두는 작품 오천개 보다가 펜던트도 오빠 동생 다 갖고 있고, 그 두개가 용 조각상의 양 눈으로 쓰였던 것처럼 용과의 교감도 용을 탄 것도 두 남매가 동등하게 해냈다는 느낌이어서 진짜..이정도만 되어도 너무 감격스러웠다ㅋㅋㅋ 갑자기 샹치가 용을 타고 등장했을때 왕좌의 게임인가요ㅠ싶었는데 마치 샹치만이 용을 탈 수 있는 자격이라던가 운명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샤링 역시 용과 교감하는 존재라는걸 보여준게 너무 좋았음...
예고편을 안보고 영화를 보는 편이라서 후반부에 갑자기 장르가 괴수물이 될줄은 몰랐는데 마블스튜디오급 CG퀄리티로 보는 본격적인 동양 용과 크리쳐의 싸움은 정말 현란하고 멋졌다. 나는 내 취향 디자인의 크리쳐를 보면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라서 어둠의 드웰러가 너무 좋았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신수들이 나오는데 새삼 이정도 퀄리티로 한국의 문화나 상상의 동물들을 볼 수 있다면,,용과 해태랑 도사가 나오는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국이 부러워졌다.
샹치 리뷰의 절반이 처연 개버지 웬우가 섹시하다는 드립밖에 없어서 너무 웃겼는데 막상 영화보니 아동학대하지 말라는 감상과 아 근데 사랑에 돌아버린 빌런은 맛있네 정도의 감상이 왔다갔다 했다... 웬우의 사망 직후 남매의 반응에 아무 대사를 주지 않고 복잡한 표정 정도로만 표현한게 딱 적절했다고 본다. 진짜 엔드게임 보면서 네뷸라가 타노스 모가지를 날려도 시원찮을 판에 애통한 표정으로 개비 눈 감겨주는 연출에서 얼마나 얼척이 없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샹치 연출정도는 적절했던것 같다. 애초에 타노스랑 웬우는 개비력에서 게임도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