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6. 23:53ㆍ영화
본지 굉장히 오래 된 영화인 디 아워스에서 주요소재로 나온 작품인 "댈러웨이 부인". 이걸 알았더라면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디 아워스를 나중에 봤을텐데. 아무튼 이 영화를 보고나니까 디 아워스에서 왜 남자가 창문에서 투신하는 장면이 나왔는지 좀 알 것 같았다.
어린 클라리사와 나이든 클라리사 배우의 싱크로가 엄청났다. 가끔 이렇게 아역과 성인역의 싱크로가 착 들어맞는 캐스팅을 보면 왠지 짜릿하다.
어린 샐리 역으로 20대의 앳된 레나 헤더웨이도 나온다. 중년이 된 샐리 역 배우가 현재의 레나 헤더웨이랑 너무나도 딴판이라서 왠지 재밌었다. 이렇게 나이 든(?) 모습을 먼저 알게 된 배우의 어리고 젊은 모습을 보게 되면 왠지 시간을 뚫고 미래를 엿보고 온 기분이 든다.
근데 버지니아 울프 책을 읽어본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고 짐작하건데 영 내 취향은 아닌것 같다. 그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도 그렇고. 그래도 클라리사가 파티를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의식의 흐름 나레이션이 아주 폭발해버리는 부분만은 왠지 남의 머릿속을 열어보는 느낌이라 재밌었다. 당췌 생판 남의 죽음을 듣고나서 왜 갑자기 자기 삶을 찬미하게 되는지는 영 이해가 안갔지만...
그나저나 나는 일정 나이가 되고나니 산다는게 자극이 없고 무디다 못해 재미가 없다. 평생을 바쳐도 다 못볼 컨텐츠가 쏟아지는 2021년에도 이런데 티비도 인터넷도 없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컨텐츠라고는 책, 신문, 가십 뿐이었을 시절의 사람들. 매일매일이 똑같고 심지어 별다른 직업도 없고 집안일이라는 실질적인 노동도 할 필요가 없었을 높은 신분의 부인들의 삶은 얼마나 고루했을까. 별다를 성취라는게 없는 삶 아닌지. 자신의 이름도 잊히고 남편의 이름에다가 부인이라는 호칭을 붙여 불려지는 삶이란 어땠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