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리아

2021. 12. 14. 20:19드라마

생각보다 진짜 마라맛이어서 놀랐다... 이거 미국에서 10대들한테 대히트쳤다고 들었는데 이걸 10대들이 봐도 되나...?? 너무 유해한거 아녀...? 
완전 지 팔자 지가 꼬는 애들만 나와가지고 계속 뒷목 잡으면서 봤는데 저 드라마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스킨스 에피병처럼 마약이나 스스로를 포르노화하는게 낭만화될것 같다는 염려가 계속 들었다. 미국 10대랑 개뿔 공통점 없는 나조차도 희한하게 이 드라마를 보고나니 술이 땡기고 얼굴에다가 글리터를 처발하고 싶어졌는데 이 드라마 특유의 몽환적인 묘사가 미디어에 나오는 섹시한 프랑스 우울증처럼 마약 등 오만 문제점들을 미화하게 되는건 아닐런지...

거기다가 노출수위도 포르노수준으로 높아가지고 아무리 배우들이 성인이래도 10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이래도 되는건가 싶었다. 캐시 야한 사진 잔뜩 뜨던 장면에서 식겁했네. 솔직히 그게 극중 가상 캐릭터인 캐시의 야한 사진인지 해당 배우인 시드니 스위니의 야한 사진인지 구분을 짓는게 가능한 종류긴 하나...???  이제 막 갓 20대 초중반은 됐으려나 싶은 배우들이라서 걱정이 됐다... 

그리고 Z세대 미국하이틴물마다 사이버성범죄가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내가 미국에서 살아본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필시 현실 미국에서도 사이버성범죄가 극성인 거겠지. 한국에서도 그러는데 미국에서도 당연하겠지. 근데 한국에서는 그래도 여자들이 자기 얼굴까지 노출된 누드사진을 찍고 공유하는것에 대한 경각심이 있는것 같은데(이게 한국남자들의 만연한 불법촬영 문화때문인지 한국의 성엄숙주의 때문인건지) 미국애들 너무 아무 경계심도 없이 누드사진 찍어 보내고 그래가지고 답답해서 이마를 팍팍쳤다.

드라마 내의 나레이션에서도 자기 누드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그걸 멋대로 공유하고 수집하고 유포하는 사람들을 탓해야 한다고 나오는데 그 의견에 동의하기는 한다. 하지만 현실 남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그 꼬라지 그대로인데 여자애들이 자기 누드사진을 찍어다가 뿌리는걸 보고있으면 지뢰밭인걸 뻔히 알면서 걸어들어가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제발 얼굴나온 누드사진 찍어서 남한테 보내지마"라고 한다면 그건 여자들에게 야한 옷 입지말라고,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여자들의 행동을 검열하는 짓과 똑같은게 되는걸까...? 하 진짜 생각이 많아졌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십대들이 꼰대같다고 하는 말"밖에 없어서 스스로도 기분이 너무 이상해졌다. 그치만 제발 술 처먹지마 마약하지마 남들이 폰으로 찍고있는데 수영장에서 섹스하지마 허세 떨려고 펠라해주지 마 고2인데 버진인게 쪽팔리다고 억지로 섹스하지마 미성년자인데 앱으로 만난 낯선사람이랑 폭력적인 원나잇섹스하지마 가면 하나 딸랑쓰고 자기 방 다 보여주면서 온라인에 포르노영상 만들어올리지마 자기 목 조르는 폭력적인 남자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마........ 
한국인 리뷰 검색해보면 유포리아 애들 허튼짓 못하게 다 10시까지 야자 시켜야한단 말만 있는거 너무 웃기고 공감됨ㅠ 얘들아 공부는 안하니...

아무튼 "섹스경험이 없는 남자는 찐따"라는 정서도 해롭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여자에게까지 확대되었다는게 아연하다 진짜. 성별에 상관없이, 그 사람이 몇살까지 버진이든 상관하지 않는게 올바른 지향점 아닌가? 왜 이런 해로운 정서만 남자여자 동등하게 번지는가...
특히 이렇게 SNS와 웹과 디지털기기가 발전한 세상에서 성관계는 여자에게 위협으로 돌아올 확률이 너무 높아서 여자애들이 뭘 할때마다 전전긍긍한 마음으로 보게 됐다. 
캣이 섹스테이프 유출로 도리어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단 전개는 정말 기묘했다...이걸 긍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야하는건지 뭔지...

캐시도 처음 자신의 불법촬영된 섹스테이프가 올라왔을땐 공황장애가 왔다가, 그걸 극복(..)하게 된 이유가 자기가 직장인이 될 즘이면 자기 세대에게 불법촬영물 유출사건같은건 모두가 겪은 일이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 것도 너무 끔찍했다. 근데 또 진짜 그렇게 될 것 같은거야 납득이 가는거야...
캐시가 만나온 남자가 전부 캐시에게 누드사진이나 섹스테이프를 요구했고 캐시는 싫었지만 결국 사랑받기위해 그 요구에 응할수밖에 없었다는 내용도 너무 슬펐다. 이걸 그냥 픽션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까 현실에 이런 여자들이 너무 많을테니까. 그리고 남녀 둘이 나오는 섹스테이프라도 치명적인 타격은 여자가 받는다는 것도 그렇고 진짜 세상에 대한 환멸이 든다...

그리고 포르노가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끔찍하다. 이제는 너무 어려서부터 너무 쉽게 포르노를 접할수 있는 세상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자나 어린애들이 당한다. 유포리아에서도 여자가 펠라해주는 것쯤은 별거 아니라는듯이, 너무 쉽게 나와서 제발 이거 HBO 드라마니까 이런것이길 빌었다... 수십년 전에는 구강성교도 그렇게 일상적이지 않았다는데 포르노의 보급으로 구강성교 항문성교 머니샷같은게 현실섹스에서도 만연해지고 그 때문에 성병은 물론이고 구강암, 안암같은 질병으로 여자들이 고통받는다는게 끔찍하다. 드라마 내에서 포르노를 보고 폭력적인 섹스를 하려다가 거부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걸 보고 한명이라도 더 현실에선 포르노대로 행동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어갔길 바란다. 


아무튼 갓생 사는 젠데이야가 망생 사는 루를 연기하는게 대단했다. 줄루랑 투샷 보고 어디서 저렇게 젠데이야랑 프로포션이 똑같은 애를 데려왔나 했더니 줄루는 MTF 트젠이었다. 젠데이야의 바디라인을 정말 좋아하는데 긴 팔다리나 조그만 흉통 좁은 골반 등이 새삼 굉장히 소년같은, 성인여자로서는 유니크한 프로포션이다. 

이 드라마 특유의 메이크업이나 패션이 진짜 독특해서 요새 미국 10대들은 저러고 다니나 싶었는데 유포리아 메이크업과 패션이 크게 히트쳤다는 글들이 있는거 보면 그냥 드라마 고유의 묘사였던것 같다. 10대를 묘사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독특한 패션을 썼는데 그게 어느 현실 10대가 저러고 다니냐는 조롱이 되는게 아니라 현실 10대의 패션코드까지 바꿔버리다니 뭔가 실험적이고 멋있다.

확실히 연출이나 영상은 정말 멋진 드라마였다. 시즌1 엔딩이 뭔가 해결되기보다는 갑자기 뮤비찍다가 끝나버려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시즌2가 기다려지긴 한다. 픽션이라도 네이트같은 쓰레기 인성의 알파남 나올때마다 속이 답답해지는데 제발 네이트 인생 좆되는 전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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