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7. 23:17ㆍ드라마
시즌1~시즌5
수사물이지만 수사물이 곁다리인 장르에서 그렇듯 수사물 부분은 사실 안봐도 별 상관없는 내용들이다보니 집안일하면서 가볍게 보기 괜찮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주인공부터가 섹스마약술파티에 환장하는 악마 설정이라서 그런지 여혐이 꽤 있는 드라마였다. 다른것보다도 시즌 초반쯤에 어린여자애한테 널 좋아해서 남자애가 괴롭히는 거라고 말하는 대사 보고 21세기 맞냐며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클로이가 어렸을때 핫텁하이스쿨이라는 영화에 나왔다는 설정인데 검색해보니까 진짜로 클로이 배우가 극 내에서 묘사된 욕조 장면을 찍은게 나와서 혼란스러웠다. 클로이 배우의 필모를 클로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으로 적극 차용한건가?
뭐 배우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극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클로이에게 그 영화에서 당신 가슴 봤어요 이런 대사를 하는데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한테 하는 성희롱같아서 좀 불쾌했다.
아마 시즌4~5쯤에 가서야 드디어 루시퍼와 클로이가 이어지는데 둘이 맞관상태인게 분명한데도 성사되기까지 4,5년을 끌다보니 그 과정이 엄청난 삽질도 점철되어있다. 성사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시즌마다 등장했던 고난들의 상당수가 상황의 문제보다는 심리적 문제같았기 때문에 왜 굳이 지 팔자를 지가 꼬는건지 답답해진다. 린다의 상담을 지 좋을대로 왜곡해석해서 모든 세상사를 자기중심적으로 받아들이는 루시퍼의 행동은 드라마킹이 따로 없다.
루시퍼가 사방팔방 나는 악마 루시퍼 모닝스타다^^하고 말하고 다니는데도 모두가 컨셉충 취급하며 넘어가는게 웃겼지만 그 외에는 루시퍼가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과장된 영국악센트도 섹시하다기보다는 차 한잔 하고 가렴 하는 사람좋은 영국 아주머니같았다. 저 우월한 기럭지와 골격을 가지고도 무려 상탈씬에서 댄보다 근육량이 모자랐던 루시퍼(배우)의 게으른 벌크업도 아쉬웠다. 넷플릭스와의 재계약으로 캔슬된 쇼가 부활하면서 상향된 루시퍼의 근육량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관계성은 트릭시와 메이즈였는데 시즌 후반부 트릭시의 비중이 거의 실종되어버린게 아쉽다. 하지만 메이즈랑 이브의 관계성 역시 너무 좋아했는데 결국 둘이 성사되었으니까 이 부분은 만족한다.
인상적인 에피는 s5e12 대니얼 개인 에피였는데 이 편만 유달리 브레이킹 배드마냥 현실적이고 퍽퍽한 톤이라서 그랬던것 같다. 근데 다 보고나니 이 에피는 댄의 사망을 위한 빌드업 에피였고...
시즌6
대천사 아메나디엘도 흑인이라고 인간들에게 인종차별당하는 마당에 이 세상의 곪디 곪은 사회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장면이 단 한번도 나온적 없는 백인알파남 루시퍼가 쇼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이 되었다면 엄청나게 어이가 없었겠지. 결국 신의 자리는 아메나디엘이 차지하는데 쇼 내외적으로 잘된 결정이다.
루시퍼와 클로이의 미래의 딸이 나온다. 드라마 플래시에서도 느꼈던건데 현재의 부모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딸이 냅다 등장해서 혼자 내적친밀감을 내뿜는 전개는 정말 거북하다. 심지어 플래시에서는 부모와 미래의 딸의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도 않는데다가 딸이 아빠는 좋아하면서 엄마는 싫어해서 정말 징그러웠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부모와 미래의 딸의 나이차가 10살 이상이라도 나보이며 아빠극혐 엄마좋아 상태라서 플래시보다는 그으나마 나았다.
하지만 굳이 로리라는 새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까지 궁극적으로 이뤄낸 전개가 클로이와 루시퍼의 생이별이라니?...
이 둘에겐 사후의 삶이 있으며 천상의 존재들에게 수십년은 별거 아니라고 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둘 사이의 자식 롤이 필요했다면 그냥 트릭시랑 해도 되지 않았을까?
아마 트릭시가 좀 더 나이가 차면 트릭시에게도 루시퍼를 비롯한 천상의 존재들에 대해 알려줬겠거니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장 트릭시 입장에서는 엄마랑 결혼할줄 알았던 아저씨가 엄마를 임신시키자마자 날라버린 상황 아닌가. 세간에서 클로이는 아빠가 각자 다른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으로 살아야했던거 아니냐고.
사후가 있다고 현재의 삶이 중요치 않은게 아닌데, 4~5년을 고군분투하다가 겨우 성사된지 얼마나 됐다고 죽을때까지 이별하게 만들다니 대체..무엇을 위해서....
마지막 시즌에서야 튀어나온 로리가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평생을 증오하다가 마지막에서야 얻어낸 깨달음을 지켜주겠다고 멀쩡히 만날수있는데도 수십년을 생이별하고 산다는 설정이 정말 억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