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데이

2021. 10. 13. 23:31영화

이것도 보면서 설렘이라고는 조금도 느낄수 없었던 비운의 로맨스 작품이었다. 비쥬얼은 에이미 아담스랑 매튜 구드라서 꽤 괜찮았는데도, 남주의 캐릭터성이 너무 재수없었고 여주는 비현실적으로 머리가 꽃밭같았으며 둘의 케미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애나가 산간벽지에 가서도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라고는 전혀 없이 당연히 모든 남자들이 자신에게 친절하고 무해할 것이라 여기는데, 나는 애나가 처음부터 금수저로 태어나서 현실을 모르는 캐릭터인가 했다. 근데 애나는 무능한 아버지때문에 어려서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자수성가했다는 야무진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애나의 행동은 도무지 현실감각이 있는 여자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현실여자는 생판 낯선 타국에서 질나빠보이는 남자들만 타고 있는 밴에 덥썩 타려고 하지 않는다...

애나가 약혼자를 차고 다시 남주에게 돌아와 식당 한복판에서 프로포즈를 하는데 남주가 아무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장면은 정말 최악이다. 이게 남주가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빌딩이었든 말든 거의 평생의 트라우마감 아닌가? 바보천치도 아니고 대중 앞에서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한 여자를 멀뚱히 내버려두고 말없이 자리를 떠버리면 그 여자 꼴이 뭐가 되는지 모를리가 없다. 개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는데 내가 애나였으면 약혼자를 버리고 외국까지 와서 프로포즈할 정도의 열정이고 애정이고 여기서 다 차게 식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일랜드 절벽의 장관에서 남주가 프로포즈하는 모습도 아름답기는 커녕 고깝게 보였으며 폐차직전의 거지깡통같은 차를 끌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장면도 전혀 깜찍하지 않았고 성격차로 3년 뒤에 이혼할 커플의 미래만 보였다.
 
아무리 성격이 정반대인 여자와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게 롬콤 로직이라지만 시니컬하고 심술투성이인 남자를 이렇게나 매력없게 표현한 각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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