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조지아

2021. 10. 20. 20:22드라마

조지아가 멍청한 금발핫걸에 대한 편견을 십분 이용하는 지략가 캐릭터라고 해서 봤는데 기대했던것 만큼의 기발한 모략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보니 뭐 핵폭탄 발사버튼을 누르느냐 급의 심각함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그 순간의 분위기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것 같고 조지아는 그 설득의 기술이 굉장하다. 극중에서도 조지아가 그 말투로 말하니까 뭐든 믿게 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눈앞에서 조지아같은 미인이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현장의 공기를 휘어잡아버리면 나도 모르는 새에 조지아의 술수대로 움직여버리게 되지 않을까.

주인공은 지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조지아에게 좀 더 이입하면서 보게 되었다. 일단 대한유교걸로서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싸가지없는 십대 딸은 좋아하기 힘들기도 하고... 
조지아가 어린나이에 무일푼에서부터 임출육을 겪으며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가늠이 가니까 안타까웠다. 조지아의 과거장면이 나올때마다 안쓰러워서 탄식함.

아 조지아의 키링남 후보가 셋이 나오는데 내 픽은 카페사장이다. 셋 다 등빨 있고 다 다른 체형으로 피지컬이 좋아서 간만에 고를 재미가 있는 후보들이었다. 하 얼마나 많은 로맨스물에서 남주가 여럿인데도 다 갖다버리고싶어서 열받아왔던가.

지니의 친구관계인 MANG 패거리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처음엔 아웃사이더였던 지니가 그들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그들처럼 행동하고 변화하게 되는 것과 이 그룹에서 내쳐지고싶지 않아서 절박해지는 부분들을 보면 10대때 생각이 났다. MANG은 네명이지만 결국 그들의 구심점은 맥심이라서 맥심에게 내쳐지면 나머지 애들은 뿔뿔이 흩어지는것도 현실성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도 아시안 핫가이로 나오는 캐릭터가 있는데 서양권 미디어의 아시안 핫가이를 볼때마다 공감이 잘 안간다. 그들에게도 괜찮은 마스크가 없어서 그냥 아무나 갖다놓고 미남이라고 우기는건지 아니면 진짜 서양인과 동북아시아인의 미의 기준이 많이 다른건지?
어쨌든 흑인여성인 지니가 동양인남성인 헌터와 소수자성으로 싸우는데 동양인여성인 나는 양쪽 다 어느정도 공감이 가서 기분이 묘해졌다. 

절대 조지아처럼 살지 않겠다던 지니가 점점 조지아처럼 변해간다. 근데 내가 지니였으면 나를 성추행하는 계부를 엄마가 죽였다는걸 알게 되면 엄마에게 감사할것 같은데 이건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걸까? 역시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겪으면 어쨌든 내 엄마가 계획살인범이니까 무서워지겠지...?
엔딩이 굉장히 예측불가하게 났는데 시즌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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