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0. 16:00ㆍ영화
극중 사건 자체는 크지 않고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해야하는 다소 지루한 전개방식이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제목을 보고 예상했지만 결국 엔딩까지 플린 신부가 정말 소년을 추행했는지에 대한 확답은 나오지않는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이렇게 개인간의 사건으로 일어나서 증명하기에도 확정짓기에도 어렵고 그런 점이 악질적이다.
플린 신부가 교장에게 성범죄자인지 의심당한 뒤에 교인들을 다 모아놓은 설교에서 까쓉!!!!! 하면서 교장을 공개저격하는데 나는 실소가 났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의 종교인들이 성범죄 가해자라고 거론됐었는지도 생각났다. 괜히 신부나 목사에게 아동성범죄자라는 이미지가 있는게 아니지않나? 지들의 원죄가 있음은 개뿔 생각도 안하고 감히 나를 의심하다니 하며 노발대발하는데 당췌 수많은 악질적인 선례가 있음에도 당신만은 결백할거라고 참작해줄 이유가 어디에 있나?
영화 더 헌트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고한데 가해자로 지목당한다면 피해자가 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마치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우랑 무고한데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를 1:1로 동치하려 든다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피해의 경우는 압도적으로 전자에 쏠려있는데도 말이다. 피해사실을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지천에 깔렸는데 피해사실을 알리려고하니 갑자기 저 사람이 진짜 가해자가 아니면 어떡해? 만약 무고한 사람이면 어쩔래? 하는 느낌...
100명의 진짜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방식은 지극히 피해자 집단만 열빡쳐서 돌아버리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성범죄 피해자는 여자 그리고 아직 약자인 아이들이고 주변에서 성범죄 일어났다고 상관없는 제 3자인 남자들이 머리싸매고 괴로워하는 꼴은 별로 본적이 없다. 그런데 여자들은 성범죄 진실을 파헤치려고 할때마저 사실 내가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가는건 아닐까?하며 자신만의 지옥에 빠져야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