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히만 쇼

2021. 8. 21. 22:31영화

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 영화 전체의 만듦새보다는 어떤 메세지 하나를 전하고 싶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영화도 보면서 감독의 목적은 아이히만 재판 이후로 어느덧 오십여년이나 지나서 잊혀져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싶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의 독자적인 내용엔 큰 감흥이 안갔지만 재판의 내용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의 재판 속 나온 영상자료는 다 실제 2차세계대전 당시 영상인데, 여태껏 영화같은 가공매체에서 재현한 홀로코스트의 참담함은 현실의 발끝에도 못미친 것이었다는게 놀라웠다. 하긴 영화를 찍자고 사람을 진짜 뼈 바로 위에 아무 살도 근육도 없이 피부거죽만 씌운듯한 모습이 될때까지 굶겨서 촬영할수는 없을테니까... 실제 제노사이드 피해자들은 분장과 cg를 발라도 도저히 재현할수 없는 수준의 모습이었다.

 

영화 내 시점은 2차세계대전 종전에서 15년쯤 지난 뒤였는데도 이 재판으로 인해서야 세상에 홀로코스트 참사에 대해 알려졌다는 내용인것도 놀라웠다. 그렇게 많은 증거가 있었는데도, 피해자들이 이런 학살이 있었다고 호소했는데도 믿지를 않았었다니. 한편으로는 사람은 자신이 상상하고 인지할수있는 수준을 넘어버리면 그럴리가 없다고 합리화하는 성향이 있으니 지금처럼 미디어나 인터넷이 발달한것도 아닌 20세기 중반에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허위츠는 아돌프 아이히만은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다, 누구든 아이히만같은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한다고 영화 내에서 말하는데 공감이 갔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옳고 그름은 생각만큼 분명하지 않다...

 

그나저나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가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하는 내용이라 아이히만을 재판하는 내용의 이 영화를 일종의 후속편 보는 느낌으로 봤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실화 기반 영화들을 한데 모아 겹치는 부분들을 찾아보는것도 재미인것 같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브 앤 몬스터스  (0) 2021.08.21
한나  (0) 2021.08.21
주키퍼스 와이프  (0) 2021.08.21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0) 2021.08.21
말리와 나  (0) 202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