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

2021. 10. 4. 20:32영화

보다가 채닝 테이텀이 왜 미국 수지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됐다. 완전히 상류층인 페이지에 비해 레오는 조건적으로 꽤 딸리는데도, 레오가 다소 꼬질꼬질한 로맨스나 꾸깃꾸깃한 데이트를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다보면 가진게 없어도 이 남자에게 인생을 배팅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거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아 인간관계와 진로, 취향까지 많은게 변해버린 뒤에 그 전환점이 포함된 기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페이지처럼 기억이 없더라도 변한 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되는걸까? 꼭 회귀본능 같았다. 레오가 만나고 사랑했던 페이지는 변한 뒤의 페이지였는데 그 기억을 잃은 페이지를 레오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배우의 비쥬얼합이 잘어울려서 좋았고 엔딩을 둘이 재결합하기 전 썸타는 단계쯤에서 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엔딩크래딧에서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인물들의 가족사진이 나오는데, 뭔가 정말 우리네 이웃마냥 평범하게 생긴 분들이었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좋은 소스만 따다가 업그레이드된 비쥬얼의 배우들로(비쥬얼적으로 실존 인물들과 닮은 얼굴을 캐스팅할 의지같은건 전혀 없어보였다) 재구성한 상업작을 세상에 다시 내놓고 그게 소비된다는게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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